일본 한식당 한국음식점 한식당 창업에 대해서
일본에서 지내다 보면 "여기서 한식당 하나 차리면 꽤 잘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됩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밖에서 보이는 그림과는 꽤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에서 한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또 여러 가게가 문을 열고 닫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한식당 창업의 장점과 단점을 최대한 솔직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판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일본 한식당의 장점
1. 아직은 살아있는 '희소성'
가장 먼저 꼽는 장점은 희소성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식집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게, 일본에서 한식당·한국음식점은 여전히 "일부러 찾아가는" 포지션을 갖고 있습니다.
친구나 동료와 "오늘 뭐 먹을까?" 할 때 보통 일식, 양식, 한식, 동남아 음식 정도에서 고르게 되는데, 최근 일본 내 한식 인지도가 워낙 높아지면서 이자카야 대신 한식이 먼저 후보에 오르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 '대안 1순위' 자리가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

2. 높은 단가, 그리고 높은 마진
희소성은 자연스럽게 가격으로 이어집니다. 일식집에 비해 점포 수가 적다 보니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고, 이미 일본 내에 형성된 한국음식 시세 자체가 한국보다 높아서 여기서 더 내려갈 이유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식 치킨은 일본에서 한 마리가 아니라 반 마리가 1,800~2,000엔에 팔리고, 그마저도 대부분 생닭이 아닌 냉동닭입니다. 한 마리 기준으로는 3,500~4,000엔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습니다. 한국보다 두 배는 비싸게 받으면서 원가는 오히려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죠.
주류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참이슬 소주는 이제 편의점에서도 팔릴 만큼 인지도가 올라왔는데, 한국 납품업체에서 200~300엔에 들여와 800~1,000엔에 판매하니 대략 4배 가까운 마진이 남습니다.
3. 손님 타깃층이 좋다
한국에서 한식당을 하는 것과 가장 다른 점을 하나 꼽으라면 '손님층'입니다. 일본에서 한식을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 문화와 한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 소위 진상 손님이 드문 편입니다.
게다가 한식에는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계산서가 조금 크게 나와도 "한국음식이니까 이 정도는"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지갑이 비교적 쉽게 열리는 만큼 객단가와 매출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일본 한식당의 단점

1. 빠르게 늘어나는 점포 수
앞에서 희소성을 장점으로 꼽았지만, 이건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오사카·도쿄 번화가를 중심으로 한식당이 빠르게 늘고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이미 포화가 아닌가 싶을 만큼 밀집돼 있습니다. 점포가 많아지면 결국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매출에 타격을 줍니다.
2. 눈에 안 보이는 수많은 수수료
순이익을 갉아먹는 진짜 복병은 각종 수수료입니다. 카드 수수료, 예약 사이트 이용료, 배달 수수료 등이 대표적인데,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창업 전에 과소평가하기 쉬운 항목들입니다.
그중 가장 큰 건 배달 수수료입니다. 판매 금액의 약 50%가 수수료로 빠지고, 여기서 재료비까지 제하면
실제로 손에 남는 건 20~30% 정도
에 불과합니다. 예약 사이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예약 사이트들이 가게를 상대로 영업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는데, 가입하지 않으면 손님 유입에서 밀리는 구조라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가게 됩니다. 오사카·도쿄 도심 기준 한 달 플랜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흔합니다.
3.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다
장사가 잘 되려면 비수기 없이 꾸준히 손님이 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계절을 덜 타는 업종이 유리합니다. 그런데 일본 한식당은 일반적인 일본 음식점에 비해 성수기와 비수기 편차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성수기는 언제일까?
일본 음식점 전반의 성수기는 크게 두 시기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3월 말~5월 초
입니다. 날이 풀리면서 야외 활동과 술자리가 늘고, 입사식 등 신학기·신입 시즌이 겹칩니다. 여기에 4월 말~5월 초 골든위크 연휴가 붙으면 가족·친구와 외식하는 빈도가 크게 올라 매출이 뜁니다.
두 번째는
11월 말~12월 말
입니다. 송년회 시즌이라 하루도 쉴 틈 없이 만석이 되고, 특히 크리스마스 전후로는 한국식 치킨이 폭발적으로 팔립니다. 12월은 1년 중 매출이 가장 좋은 달로, 다른 달의 두 배 이상을 찍기도 합니다.
비수기는 언제일까?
비수기는 대체로 날씨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여름이 힘든데, 장마나 태풍이 겹치면 사람들이 밖으로 잘 안 나오거나 대형 쇼핑몰로만 몰립니다. 우산을 써야 겨우 올 수 있는 위치라면 손님이 뚝 끊기는 날도 각오해야 합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도 주의해야 합니다. 이때 일본 사람들은 나베 같은 따뜻한 국물 요리를 찾는 경향이 있어서 한식당이 상대적으로 밀립니다. 종합하면
비수기는 대략 7월부터 10월까지
길게 이어집니다.
물론 모든 한식당이 이런 흐름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니 참고 정도로만 봐주세요.
정리하며
이렇게 장점과 단점을 나눠서 살펴봤습니다. 솔직한 개인적 결론을 말씀드리면, 저는 일본 한식당 창업을 그리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편은 아닙니다. 조용히, 그리고 생각보다 자주 문을 닫는 한식당을 정말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 그리던 그림과 현실이 다르다 보니 버티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많더군요.
개업까지는 자본은 물론이고 시간도 상당히 많이 듭니다. 게다가 혹시라도 폐업하게 되면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신중하게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한국음식도 잘하고 장사 감각도 있으니 별거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해외 창업에 뛰어들면 크게 데일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지역에서 최소 반년에서 1년은 직접 살아보며 위치와 유동 인구를 파악하고, 그 동네의 시세 감각을 몸으로 익힌 뒤, 주변 의견까지 두루 모아 결정하시길 진심으로 권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일본 사업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